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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동안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요,
지금 상황엔 제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후회가 남을 것 같아요.
그럴 바에 지금 당장 전직을 해버리고
6개월간 사이드 프로젝트에 조금 더 집중을 해서 경험치를 쌓아 놓고
그 이후에 조금 더 맘 편히, 여유롭게 이직을 준비하는 게 어떨까요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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훈련소 입소는 1주일이 남아있고,
입영 연기할 정당한 사유는 없음.
서류는 죄다 떨어지고 면접은 보는 대로 죽쑤고 있었으며,
남은 면접이 하나 있었지만 2차 면접에 과제까지 있을 수 있는 상황.
아무리 짧아야 채용 프로세스는 2주 이상 길어질 것이었고
만약 면접을 택한다면 합격한 회사를 포기해야하는 상황.
또한 면접이 빡세기로 유명한 회사로 .. 사실 잘 볼 자신 조차 없고 자신감도 많이 하락한 상태.
합격한 회사는, 연봉 인상률이나 기업 후기를 봤을 때 크게 나쁘지 않았지만
그래도 100% 만족하기는 아쉬운 점이 많았고, 무엇보다 건너 건너 들었을 때 내부인의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은 곳.
도대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.
어떤 선택을 내려도 그 후를 예측할 수 없었고 각 선택의 장단을 어떤 수치로 잴 수가 없는 상태였어요..
계속된 고민, 그리고 선택
주말내내 고민을 해도 아무런 진척도 없었고
속만 답답해왔어요.
결국 아무런 수확 없이 주말이 다 가버렸고, 월요일 아침이 밝았죠.
아침 일찍 운동을 하고 스타벅스 신촌 오거리점에 가 콜드 브루 한 잔을 시켜놓고 가만히 앉아있었죠.
그저께 오랜만에 러닝을 해서 그런 걸까요.
복잡한 생각이 모두 사라지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.
'현 상황에 어떤 선택을 내리든 후회는 남을 것이다.
하지만 지나고 나서 회상했을 때 후회하지 않노라 말하는 것은, 결국 내가 선택한 환경에서 어떠한 행동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.'
어찌 보면 현 상황에서 도피하고 싶었던 마음일 수도 있어요.
그런데 일단은 고민을 멈추고 싶었어요.
고작 7개월 차 주니어인 마당에 어디를 가든 현재 남은 회사보다는 환경이 훨씬 좋을 것이었고
저의 마음가짐과 행동만 올바르다면 어디서든,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시기임에 틀림없어요.
그래서 당장 급한 불을 끄기로 했어요.
기존에 함께 일하던 사수님과 팀장님께 조언을 구해보고 또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고는 결정을 내렸어요.
이직 의사 전달
결정을 내리고는 바로 대표님께 가 이직 의사를 밝혔어요.
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무덤덤하게 들으시는 것 같았고, 별다른 말씀 없이 ok 해주셨어요.
그러나.. ok 하고는 완료됐으면 하는 기능들을 좌라락 말씀하시기 시작했어요.
그리고,, 다음날 사내 메신저로 이런 걸 올리셨네요.
ㅎㅎ
이쯤 돼서 현 회사 상황을 다시 한번 정리해볼까요?
현 회사 상황
- 기존 개발팀 12명 중 11명이 권고사직을 받고, 나 혼자 잔류 제안을 받게 된 상황.
- 오늘(20.07.11) 기준 기존 개발팀 나 포함 3명 제외 나머지 모두 퇴사한 상태. 두 분 중 한 분은 최종 면접 보러 다니는 중이고 다른 한 분은 어제(20.07.10)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 다음 주 중 이직할 예정.
- 총 인력 3명으로 새로운 개발팀을 만들겠다고 데려온 두 분의 개발자 중 한 분은 대표님 실친(이하 CTO). 다른 한 분은 대표님 실친과 아주 잘 아는 사이. 즉 주변 인맥으로 개발팀을 충원한 상태.
- 두 개발자는 각각 23년(?)과 5년(?)의 경력이 있음. 하지만,, 현재 회사에서 사용하던 기술 스택이 익숙하지 않은 상태. CTO님은 데브옵스, 다른 한 분은 백엔드가 메인인 것 같음.
- 즉 개발자 3명으로 현 회사를 유지하겠다던 대표님은 서버 개발자만 3명 남기게 된 것임 ㅋㅋㅋㅎㅎ.. (실제로 CTO님이 입사하고 첫날, '이거 프론트 몇 명 남겨야겠는데요..?' 라는 말을 했다고 함)
- CTO님은 기존 회사 코드가 엉망이라는 이유로 기존 코드를 버리고 완전 새롭게 서버를 띄우고 작업을 할 것이라 통보. (== 편한 기술 스택으로 갈아타겠다.)
- 그러나 두 분이 입사하고 3주 동안 업무 관련 얘기를 나눈 적 한 번 없으며, 모든 기능 개발 및 유지 보수 작업을 홀로 진행.
- 이대로면 두 명이 서비스 새로 개발하는 몇 개월간 나는 혼자 유지 보수 작업만 하게 될 상황..
난장판이네요.
쓰고 싶은 말은 많지만 .. 허허
이쯤에서 끊어볼게요.
네.
현 회사에 모든 코드를 숙지하고 있는 사람은 제가 유일했고
유지 보수가 가능한 사람도 저밖에 없어요.
그래서 제가 나간다고 했을 때 당연 붙잡을 줄 알았지만 그런 것은 없었고,
대신 기능 추가 요구만 하시네요.
기능은 만들고 가겠지만,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는 어떻게 하려나,, 싶었지만
그런 일 없게 만들고 나가는 게 1차 목표이고,
또 그 이후는 제가 크게 신경 쓸 바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 큰 부담이 없는 상태예요.
선택, 그리고 그 후
현재는 대표님께서 부탁하신 기능 개발에 집중하는 중이에요.
지난주에 비하면 마음이 많이 편해진 상태고, 여유가 조금 생겼어요.
그러나 예상했듯, 또다시 제 선택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어요.
'과연 잘 한 선택일까?'
'빠르게 훈련소를 다녀오고 나서 천천히 이직을 준비해도 좋지 않았을까?'
'6개월간 내가 애사심을 갖고 잘 일할 수 있을까..?'
이 회의감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어요.
회사에 입사해도 계속 남아 있겠지요.
하지만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, 결정을 번복한들 또 다른 회의감이 들 것만 같아요.
제 자리에서,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에요.
현재 제 능력을 자각하고 인정해야겠어요.
솔직히 많이 부끄러워요. 많이 ..
하지만 뭐
이게 지금의 저인걸요.
현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내린 것이라 애써 자위해보고
부끄럽지 않을, 후회하지 않을 내일을 계획하고 있어요.
'어떤 선택을 내리든, 후회 없는 선택은 없을 것이다.'
그 후회의 한 단면을 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.
그리고 시간이 지나 돌아보았을 때, 이 후회가 후회가 아니도록 만들 것이에요.
그때까지 저의 이야기와 감정들은 계속 블로그에 풀어낼 예정입니다.
제가 원하는 기능을 담은 블로그 개발을 기획하고 있기에 이 블로그에 글은 언제까지 남기게 될 지 모르겠네요.
아무쪼록
현 상황에 머무르지 않는, 눈으로도 성장하는게 보이는, 그런 개발자가 될 것입니다.
WRITTEN BY
- JMmmmuu
코딩 문외한이 개발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.